“퇴진하라” 불빛시위에 ‘음파대포’ 발사 의혹…고막 찢기는 고통에 세르비아 아수라장 (영상)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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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5-03-17 17:19
입력 2025-03-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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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인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불빛시위가 열리고 있다. 2025.3.16 엑스
15일(현지시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인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불빛시위가 열리고 있다. 2025.3.16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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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인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불빛시위가 열리고 있다. 2025.3.16 엑스
15일(현지시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인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불빛시위가 열리고 있다. 2025.3.16 엑스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세르비아에서 진압대가 시위대를 향해 음파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민영방송 ‘N1’과 ‘발칸 EU’ 등은 세르비아 군경이 전날 평화 시위대를 향해 군용 ‘음향대포’를 발사했다는 주장이 나와 물리력 남용 비판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15일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인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내무부 추산 1만 7000명, 민간 단체 추산 27만 5000~32만 5000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N1은 학생 운동가들 주도로 이뤄진 이날 시위가 세르비아 현대사 최대 규모였다고 짚었다.

일부에서는 시위대 규모가 세르비아 총인구(약 673만명)의 6분의 1 수준인 100만명에 달했으며, 이는 미국 국민 570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시위대는 “너희는 끝났다”라며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밀로스 부세비치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면서도, 폭죽을 터뜨리고 부부젤라를 불며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베오그라드 주민들은 시위대와 야외 난로와 음식을 제공했다.

시민들은 작년 11월 기차역 콘크리트 캐노피 붕괴 사고로 숨진 15명의 넋을 기리며 15분간 묵념하기도 했다.

시위대가 휴대전화 불빛을 들고 숨죽인 채 묵념하던 그때, 한편에서 정체 모를 소음과 함께 날카로운 비명이 일었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혼비백산했고 시위대는 일순간에 와해했다.

군사용 개발 ‘음향대포’…비살상 무기지만 심하면 청력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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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인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불빛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대는 작년 기차역 캐노피 붕괴사고로 숨진 15명을 추모하며 묵념했는데, 갑자기 정체모를 소음과 함께 시위대 한편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일었고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혼비백산했다. 2025.3.16 엑스
15일(현지시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인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불빛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대는 작년 기차역 캐노피 붕괴사고로 숨진 15명을 추모하며 묵념했는데, 갑자기 정체모를 소음과 함께 시위대 한편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일었고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혼비백산했다. 2025.3.16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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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인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불빛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대는 작년 기차역 캐노피 붕괴사고로 숨진 15명을 추모하며 묵념했는데, 갑자기 정체모를 소음과 함께 시위대 한편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일었고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혼비백산했다. 2025.3.16 엑스
15일(현지시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인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십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불빛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대는 작년 기차역 캐노피 붕괴사고로 숨진 15명을 추모하며 묵념했는데, 갑자기 정체모를 소음과 함께 시위대 한편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일었고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혼비백산했다. 2025.3.16 엑스


현지언론은 이날 세르비아 군경 진압대가 시민들을 향해 음향장치(LRAD, Long Range Acoustic Device), 일명 음향대포를 발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음향대포는 귀청이 찢어질 듯한 초강력 소음으로 표적을 무력화시키는 무기다.

2000년 10월 예멘 아덴항에서 미국 구축함 USS 콜호를 상대로 한 소형보트의 자살테러 공격 이후, 2003년 아메리칸 테크놀로지사가 군사적 해상 경고용으로 개발했다.

음향대포는 빛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레이저처럼, 극한의 음파를 직선으로 쏜다. 제트기 이륙 소음 수준인 120~150㏈을 발생시키며, 유효사거리는 270m 정도다.

비살상 무기(Non-Lethal Weapon)이지만 노출되면 일시적으로 몸 균형을 잃고 청각이 마비되거나 영원히 청력을 상실할 수 있다. 심장질환과 심각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음향대포는 주로 불법 어로 단속, 비상 알림 등의 용도로 쓰인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시위 군중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며 인권 단체와 대립하고 있다.

한국 경찰도 2010년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앞두고 시위 진압용 음향대포를 도입하려다 거센 반발로 포기한 바 있다.

인권 침해 비판 봇물…세르비아 군경 “사실무근”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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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린 15일(현지시간)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음파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음향대포’로 불리는 음향장치(LRAD, Long Range Acoustic Device) 제원. 2025.3.16 엑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린 15일(현지시간)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음파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음향대포’로 불리는 음향장치(LRAD, Long Range Acoustic Device) 제원. 2025.3.16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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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도심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관과 대치하고 있다. 2025.3.15 베오그라드 AP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도심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관과 대치하고 있다. 2025.3.15 베오그라드 AP 연합뉴스


세르비아 내무부 및 국방부는 음향대포 사용 의혹을 부인했으나, 시위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은 “엄청나게 위협적인 소리가 순식간에 덮쳤다”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베오그라드 인권센터 법률 전문가인 블라디카 일리치는 “청력 상실과 호흡 곤란, 혈압 상승 같은 증상에 관한 제보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현지 안보전문가 알렉산다르 라디크도 “LRAD 배치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세르비아군의 경우 2022년 음향대포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혹에 현지 인권단체는 “평화적 시위대를 상대로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야당은 부치치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음파 무기를 사용했다고 비난하며 형사고발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세르비아 정부는 시위대가 경찰관을 공격하며 공무수행을 방해하고 더 큰 불안을 일으키려 했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이번 시위는 진압대의 음향대포 사용과 인근 공원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 후 일시 중단된 상태다.

부패정부 지속에 국민 불만 폭발…대통령은 사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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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의회 건물 앞에서 부패 정부 해산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2025.3.15 베오그라드 로이터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의회 건물 앞에서 부패 정부 해산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2025.3.15 베오그라드 로이터 연합뉴스


세르비아에서는 작년 11월 제2 도시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중국 국영기업 컨소시엄이 보수한 콘크리트 건축물이 무너져 시민 15명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부정부패와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폭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4개월 넘게 계속된 시위는 최근에는 부치치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농촌 지역으로까지 확산하며 세를 불려왔다.

이날 베오그라드 시위에는 환경 보호 현수막을 흔드는 이들부터 코소보의 반환을 요구하는 이들까지 좌우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한데 모였다고 AFP는 전했다.

그러나 2014∼2017년 총리를 지낸데 이어 2017년 대선 이후 현재까지 대통령으로 집권 중인 부치치 대통령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전날 방송 연설에서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나는 세르비아의 대통령이고, 거리의 목소리가 나라를 지배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를 앞두고는 축구 훌리건이나 사설 폭력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의회와 대통령궁 주변에서 야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부치치 대통령은 폭력 사태를 유도하기 위해 이들을 동원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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