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입법 대치 살얼음판 속… 수장들은 ‘여의도 브로맨스’[여의도 블라인드]
손지은 기자
수정 2024-05-20 23:46
입력 2024-05-20 23:46
이재명·황우여 첫 상견례
李, 여당 인사와 처음으로 독대
김기현·한동훈과 달리 협치 모드
黃 “저녁 있는 정치로 형제 되자”
현안 앞 적대관계로 돌아갈 수도
이 대표는 20일 황 위원장 접견을 앞두고 ‘아이처럼’ 설레는 모습이었습니다. 대표실 문밖까지 나가 노장(老將)을 맞았고 “팔을 걸치실 수 있는 의자를 준비했다”, “마이크를 제가 해 드리겠다”며 내내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공개 발언 이후에는 배석자 없는 독대까지 이어졌는데 이 대표가 여당 인사와 독대한 것은 처음입니다.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포착됐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민주당 당원과의 만남에서 “저를, 야당 대표를 대놓고 욕하는 품격 낮은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았는데 황 위원장은 아닌 거 같아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이 대표는 2022년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후 제대로 된 여당 대표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 대표가 자신의 카운터파트를 윤석열 대통령으로 고정한 탓도 있지만 김기현 전 대표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모두 이 대표를 ‘겸상도 싫은 피의자’로 여겼고 매일 아침 모두발언을 ‘이재명 욕’으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황 위원장은 달랐습니다. 그는 비상 당권을 맡으면서 “민주당의 주장도 그를 지지하는 국민의 목소리로 봐 존중하겠다”고 했고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황 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에게 “저녁이 있는 정치로 다시 한번 형제가 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브로맨스’만으로는 풀 수 없는 현안들이 널려 있습니다. 당장 이날 황 위원장이 찾은 민주당 대표실 걸개도 ‘해병대원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입니다. 이 대표는 황 위원장에게 정부·여당의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했고 집권당에 맞는 역할과 품격을 당부했습니다.
금세 옛 여야 대표보다 더한 적대적 관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짧은 우정도, 21대 국회의 마지막 운명도 이번 주 고비를 맞습니다.
손지은 기자
2024-05-21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