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배구선수 코트 복귀 더 많아졌으면”
박성국 기자
수정 2024-11-11 00:07
입력 2024-11-11 00:07
육아휴직 후 컴백 1호 정대영 은퇴
“저처럼 출산 후 코트로 복귀하는 선수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래야 우리 배구의 선수층이 더 두터워질 수 있습니다.”
‘엄마 선수’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에 대해 정대영(43·GS칼텍스)이 은퇴하는 자리에서 배구계에 남긴 마지막 부탁이자 조언이다. 한국 여자 배구의 ‘살아 있는 전설’ 정대영이 25년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인생의 전부와 같았던 코트를 떠났다. 2000년대 부동의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로 활약하며 상대팀에는 ‘통곡의 벽’으로 통했던 그는 국내 프로배구 여자부 사상 첫 억대(1억 5000만원) 연봉 시대를 열었고 1호 육아휴직 및 복귀 선수라는 기록을 쓰는 등 새 길을 개척해 왔다.
정대영의 은퇴식이 열린 10일 서울 장충체육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GS칼텍스 홈경기 시작에 앞서 장내를 밝히던 모든 조명이 꺼지자 은빛 핀조명을 받으며 정대영이 코트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장내 대형 전광판에는 1999년 실업팀 현대건설 입단 당시의 앳된 모습을 시작으로 지난 25년간 프로 선수로 그가 보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가수 이문세의 노래 ‘옛사랑’을 피아노로 연주한 곡을 배경으로 자신의 과거 영상을 바라보던 정대영의 눈시울은 약속과 달리 이미 붉어져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정대영은 떨리는 목소리를 힘겹게 가누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는 “이렇게 많은 나이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모든 구단 관계자분과 감독, 코치님, 트레이너님께 감사드린다”면서 “팬들께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저의 은퇴식까지 찾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인생 2막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그는 “지도자 공부를 시작했다. 유소년부터 하다 보면 언젠가 GS칼텍스에서도 불러 주시지 않을까 한다”며 웃어 보였다.
은퇴식에는 엄마의 뒤를 따라 배구 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김보민(14·제천여중)양도 참석해 모녀가 시구를 함께 했다. 엄마의 서브를 코트 반대편에서 딸이 받아 내는 모습에 관중은 박수를 보냈다.
박성국 기자
2024-11-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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