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맞서다 스러진 용사들 “잊지 않겠다”…서해 수호 나선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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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수정 2025-03-26 17:20
입력 2025-03-26 17:03

제10회 서해수호의 날 맞아
해군, 전 바다에서 훈련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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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해 중부 해상에서 실시된 해상기동훈련에서 대전함(FFG-II·3100t)이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25.3.26 홍윤기 기자
25일 서해 중부 해상에서 실시된 해상기동훈련에서 대전함(FFG-II·3100t)이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25.3.26 홍윤기 기자


“5, 4, 3, 2, 1, 발사!”

지난 25일 서해 중부 해상. 대전함(FFG-II·3100t) 전투지휘실 레이더에 적의 함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고사격에도 꿈쩍 않던 적이 우리 함선을 향해 기습 공격을 감행했고 해군이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적의 경비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무사히 적의 위협을 막아냈다는 안도감이 전투지휘실에 감돌았다.

숨 돌릴 틈도 잠시. 적의 잠수함이 식별됐다는 보고가 곧바로 올라왔다. 대전함은 이번엔 회피기동으로 적의 어뢰를 피했고 곧바로 장거리 대잠어뢰 ‘홍상어’로 응징에 나섰다. 음탐조종실에 수중 폭발음이 청취됐고 대잠헬기가 바다 위의 부유물과 기름띠를 확인했다. 15년 전인 2010년 3월 26일엔 천안함이 적의 어뢰에 침몰했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였다.

비록 모의 시나리오에 따른 훈련이었지만 기필코 서해를 지키겠다는 해군 장병들의 눈빛과 긴장감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각종 첨단장비가 동원돼 적의 동태를 빠짐없이 살피는 모습에서 천안함 피격 이후 한층 강화된 우리 군의 대응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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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해 중부 해상에서 실시된 해상기동훈련에서 충남함(FFG-III·3600톤·오른쪽) 등 함선들이 대열을 이뤄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5.3.26 홍윤기 기자
25일 서해 중부 해상에서 실시된 해상기동훈련에서 충남함(FFG-III·3600톤·오른쪽) 등 함선들이 대열을 이뤄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5.3.26 홍윤기 기자


그리고 이어진 사격훈련에서는 해무 속에 대열을 이룬 충남함(FFG-III·3600t), 서울함(FFG-II·3100t), 인천함·충북함(FFG-I·2500t), 유도탄고속함인 한상국함·홍시욱함(PKG·450t) 등이 지시에 따라 일제히 함포를 발사했다. 고요했던 서해는 함포가 남긴 자욱한 연기와 함께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고 수천톤의 육중한 선체가 강하게 진동하며 파고 1.5m였던 바다의 파동도 흐름을 잠시 바꾸는 듯했다.

10노트 속력으로 바다를 미끄러지던 함정들의 함포가 향한 곳은 북동쪽이었다. 1만 3000분의1초의 셔터속도로 찍은 사진에서야 겨우 끄트머리가 담길 정도로 함포는 빠르게 해무를 뚫고 날아가 우리 바다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다. 대전함 역시 이후 진행된 별도의 사격 훈련을 통해 우리 군의 무장 능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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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5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이 헌화 후 추모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2025.3.26 안주영 전문기자
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5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이 헌화 후 추모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2025.3.26 안주영 전문기자


함선들이 출항한 경기 평택시 2함대사령부에는 두 동강이 난 채로 실물 전시된 천안함이 있다. 아래에서 천안함을 볼 수 있게 설치됐는데 어뢰에 맞아 처참히 부서진 흔적들이 지켜보는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이번 훈련은 천안함을 비롯해 서해를 지키다 스러진 55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2016년 제정된 ‘서해수호의 날’을 기념해 진행됐다. 훈련을 지휘한 박희원 대전함장(중령)은 “해군은 서해수호 55용사가 보여 줬던 필승의 정신을 가슴속에 새기고 적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강력하게 응징해 우리의 바다를 철통같이 지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서해수호의 날을 기념해 해군은 26일에도 전 해역에서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했다. 1·2·3함대 소속 수상함 30여척, 잠수함, 해군 P-3 해상초계기 등이 참가해 강도 높은 작전을 수행했다. 훈련은 27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2함대사에서는 ‘제15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도 거행됐다. 행사에는 천안함 용사 유가족과 참전 장병 등 200여명이 참석했고 추모시 낭독, 추모곡 공연 등이 이어지며 그날의 희생을 기렸다.

추모식을 주관한 허성재 2함대사령관(소장)은 “새로 부활한 신형 천안함을 비롯한 2함대 함정들은 전우들의 거룩한 희생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것이며 적 도발 시에는 강력하게 응징해 전우들의 한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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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점등된 ‘불멸의 빛’의 모습. 국가보훈부 제공
지난해 3월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점등된 ‘불멸의 빛’의 모습. 국가보훈부 제공
국가보훈부도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이날부터 사흘간 ‘불멸의 빛’으로 서울 하늘을 비추기로 했다. ‘불멸의 빛’은 서해 수호 임무 중 희생된 영웅을 상징하는 55개의 조명이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을 의미하는 3개의 큰 빛기둥을 이루며 하늘로 향하는 형상이다. 빛기둥은 오는 28일까지 매일 저녁 8시부터 55분간 켜진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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