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무의미한 연명 멈출 권리… 현대판 고려장 변질 우려도
수정 2013-07-08 00:20
입력 2013-07-08 00:00
존엄사 권고안 마련 중… 환자 뜻 서면으로 남기도록 법제화해야
우리나라에서 존엄사 논의가 본격화된 계기는 2009년 연명치료 중단 사건이다. 그해 5월 식물인간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김모 할머니 가족들은 병원에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사전의료의향서’를 만들어 2010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는 작업이 시작됐다. 사전의료의향서는 회복불능 상태에 놓일 경우 본인이 받을 치료의 범위를 미리 정해놓는 문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것을 서약하는 일종의 선언이다.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도 존엄사를 택했다. 김 추기경은 사망 5개월 전부터 “호흡이 곤란해질 경우 자연적으로 삶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최근에는 존엄사와 관련된 의미 있는 결정이 나왔다.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초안)’을 내놨다. 권고안의 뼈대는 임종기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중시, 진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남는다. 가족들이 치료비 부담이나 상속 등을 이유로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존엄사가 ‘현대판 고려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추기경처럼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서면으로 남기는 제도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2013-07-0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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