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에 있는 퇴비 업체에서 의미 있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안성퇴비영농조합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2016년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의 협업을 통해 커피박을 활용한 친환경 퇴비를 생산한다. 축산 농가에서 수거한 축분에 커피박(10%)과 수분 제거용 톱밥(25%)을 섞은 거름이 창고마다 쌓여 있다. 이곳에서는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연간 발생하는 커피분(5000t)의 50% 이상을 재활용하고 있다.
커피박 퇴비를 생산하면서 축분 사용으로 피할 수 없었던 악취 민원이 크게 줄었다. 냄새저감장치를 설치하고 악취를 줄일 수 있는 약물을 섞어도 어려웠던 과정이 커피박을 활용하면서 해결됐다. 박문재 대표는 “커피박은 악취 제거 및 풍부한 유기질을 함유해 품질이 높다”면서 “커피박과 톱밥을 뒤집는 15일간의 교반 작업을 거친 뒤 2~3개월 숙성해 완성된 퇴비는 토질 개량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퇴비는 판매 가격이 정해져 가시적인 판매 및 수입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하지만 조합은 퇴비 품질 및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장 창고를 확장하고 있다. 박 대표는 “1년 이상 저장하면 퇴비에서 흙 냄새가 난다”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쓰는 커피박은 스타벅스가 무상 제공한다. 조합이 운송비를 부담하지만 좋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데다 약물 사용을 안 해 추가 비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연간 1억원 이상 들던 종량제 봉투값을 절감할 수 있다. 나아가 커피박을 쓴 퇴비로 생산한 배·사과·샐러드·쌀 등을 사서 매장에서 파는 방식으로 친환경 퇴비 사용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사회공헌팀의 유상엽 차장은 “전 세계 스타벅스 중 한국의 커피박 재활용률이 90%로 전 세계 매장 중 가장 높다”면서 “버리던 커피박을 농가에 제공한 뒤 농작물을 사는 선순환 체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안성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2018-03-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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