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30도 대출에 허덕…“학자금·모기지 대출 때문에 저축은 불가능한 구조”
윤연정 기자
수정 2021-09-06 19:30
입력 2021-09-06 19:30
<윤 기자의 글로벌 줌>
美, 케이틀린 잘룸 뉴욕대 교수 인터뷰
청년층 학자금 대출 끝나면 주담대
주담대=교육 빚…“이는 사회적 투기”
코로나 이후 ‘빚 탕감=국가적 이득’
“대학, 재정지원 확대…등록금↓해야”
코로나19 탓에 국경을 넘는 일이 어려워졌지만,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세계가 연결돼 있습니다. <윤 기자의 글로벌 줌>은 글로벌 석학이나 유명 전문가들과의 화상 인터뷰 등을 통해 그들이 가진 통찰을 독자들께 전해 드리는 시리즈입니다.
“미국의 20~30대도 학자금 대출을 갚고 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빚 갚느라 보내는데, 금리 인상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날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경제인류학자인 케이틀린 잘룸(48) 뉴욕대 사회·문화분석학과 교수는 6일 서울신문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빚에 허덕이는 것은 미국의 20~30대도 한국의 20~30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잘룸 교수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재정적 압박이 미국 중산층 가정의 삶과 안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 책 ‘빚을 진’(Indebted)의 저자로 유명하다. 국내에선 책 ‘네트워크 사회’(마누엘 카스텔 엮음) 집필에 참여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잘룸 교수는 “미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진다”며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고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극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을 앞두고 대출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도 집을 구매할 때 학군이 좋은 지역을 선호한다. 학부모들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 시애틀 그리고 이외에도 보스턴, 뉴욕시 등에 있는 공립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려고 무리해서 빚을 진다. 잘룸 교수는 “이곳에는 학부모들이 사적 재단을 통해 학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어서 공립학교이지만 사립학교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라며 “불확실성을 제일 많이 느끼는 중산층이 자녀들의 계층상승을 위해 빚내서 투자하는 ‘사회적 투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주택 대출(모기지)과 학자금 대출을 비롯한 교육 관련 빚이다. 특히, 미국의 20~30대가 진 빚의 규모는 상당하다. 우리나라 20~30대 부채의 상당수가 ‘빚투’(빚내서 투자)인 반면 미국은 학자금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4500만명이 1조 7000억 달러(약 1966조원)의 학자금 대출을 지고 있다. 1인당 평균 3만 7000달러(약 43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잘룸 교수는 “평균적으로 22살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6개월이 지나면 무조건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며 “가장 불안정한 시기에 빚에 대한 압박으로 결혼과 출산까지 미루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려워지자 대출을 갚지 못해 허덕이는 상황이 심각해지고 했다. 학자금 대출로 생활이 녹록지 않은 건 우리나라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장학재단의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 연체 현황을 확인해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학자금 대출을 받은 2만 3375명(대학·대학원생)의 연체 잔액은 1192억원 수준이다.
미 교육부는 이달 말 끝나는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기간을 내년 1월 31일까지 한 번 더 연장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최근까지 100억 달러(약 11조 5670억원)에 가까운 학자금 대출을 탕감했다. 잘룸 교수는 “정치인과 정책 입안자들은 대학 교육이 주로 해당 학생과 그 가족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간호사, 의사, 교사, 교수 등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국가의 중요한 공공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20~30대의 학자금 대출 부담을 줄이는 게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이득이 된다는 의미다. 만약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자금 대출 유예와 강제퇴거 중단 조치 등이 풀렸으면 향후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다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잘룸 교수는 “(한국은 물론) 미국의 연방정부는 고등교육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인 대학과 대학교에 대폭 줄였던 지원금액(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젊은이들이 적은 등록금으로도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美, 케이틀린 잘룸 뉴욕대 교수 인터뷰
청년층 학자금 대출 끝나면 주담대
주담대=교육 빚…“이는 사회적 투기”
코로나 이후 ‘빚 탕감=국가적 이득’
“대학, 재정지원 확대…등록금↓해야”
코로나19 탓에 국경을 넘는 일이 어려워졌지만,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세계가 연결돼 있습니다. <윤 기자의 글로벌 줌>은 글로벌 석학이나 유명 전문가들과의 화상 인터뷰 등을 통해 그들이 가진 통찰을 독자들께 전해 드리는 시리즈입니다.
경제인류학자인 케이틀린 잘룸(48) 뉴욕대 사회·문화분석학과 교수는 6일 서울신문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빚에 허덕이는 것은 미국의 20~30대도 한국의 20~30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잘룸 교수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재정적 압박이 미국 중산층 가정의 삶과 안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 책 ‘빚을 진’(Indebted)의 저자로 유명하다. 국내에선 책 ‘네트워크 사회’(마누엘 카스텔 엮음) 집필에 참여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잘룸 교수는 “미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진다”며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고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극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을 앞두고 대출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도 집을 구매할 때 학군이 좋은 지역을 선호한다. 학부모들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 시애틀 그리고 이외에도 보스턴, 뉴욕시 등에 있는 공립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려고 무리해서 빚을 진다. 잘룸 교수는 “이곳에는 학부모들이 사적 재단을 통해 학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어서 공립학교이지만 사립학교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라며 “불확실성을 제일 많이 느끼는 중산층이 자녀들의 계층상승을 위해 빚내서 투자하는 ‘사회적 투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주택 대출(모기지)과 학자금 대출을 비롯한 교육 관련 빚이다. 특히, 미국의 20~30대가 진 빚의 규모는 상당하다. 우리나라 20~30대 부채의 상당수가 ‘빚투’(빚내서 투자)인 반면 미국은 학자금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4500만명이 1조 7000억 달러(약 1966조원)의 학자금 대출을 지고 있다. 1인당 평균 3만 7000달러(약 43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미 교육부는 이달 말 끝나는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기간을 내년 1월 31일까지 한 번 더 연장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최근까지 100억 달러(약 11조 5670억원)에 가까운 학자금 대출을 탕감했다. 잘룸 교수는 “정치인과 정책 입안자들은 대학 교육이 주로 해당 학생과 그 가족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간호사, 의사, 교사, 교수 등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국가의 중요한 공공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20~30대의 학자금 대출 부담을 줄이는 게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이득이 된다는 의미다. 만약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자금 대출 유예와 강제퇴거 중단 조치 등이 풀렸으면 향후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다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잘룸 교수는 “(한국은 물론) 미국의 연방정부는 고등교육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인 대학과 대학교에 대폭 줄였던 지원금액(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젊은이들이 적은 등록금으로도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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