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느닷없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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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수정 2024-10-17 02:04
입력 2024-10-17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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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을 나누다 보면 가끔 “무슨 차를 타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가까운 친구라면 “아직도 그런 차를 타느냐”고 대놓고 비웃는다. 체면치레를 해야 하는 사람은 “자동차 관리를 잘해서 오래 타시나 보다”라고 하지만 그 말이 그 말이다. 나는 “장점이 많아. 무엇보다 이 차를 타고 다니면 돈 빌려 달라는 사람이 없어” 하고는 농반진반 둘러댄다.

엊그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명사와 만났는데 내 차와 같은 모델의 더 오래된 차를 타고 나타났다. 성공한 사람이 그런 차를 몰고 다니니 더 큰 존경심이 솟아나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성공할 일이 없으니 존경받을 일도 없다.

그 며칠 전에는 동네에서 산보를 하는데 두 사람이 각자의 차를 세워 놓고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 곁을 지나는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차 타고 다니는 사람이 겸손함이 없어!” 하고 일갈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겸손함이 없는 자(者)’의 차는 내 차와 같은 모델, 비슷한 연식에 색깔마저 같았다. 나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었으니 가슴이 뜨끔할밖에…. 난데없는 자리에서 얻은 느닷없는 교훈이었다.

서동철 논설위원
2024-10-17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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