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뒤틀린 세상이다. 4월 총선 역시 막말과 함께 황당하고 급조된 씁쓸한 공약만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 있을 뿐이다.
KTX 세종역 설치 공약은 씁쓸함의 결정체다. 정부가 불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는데도 세종시가 정치권에 세종역 공약을 건의했고, 이를 세종시 총선 출마자들이 덥석 물었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양대 축인 지자체와 정치인들이 ‘헛공약’의 공범으로 전락할까 걱정스럽다.
세종역 설치가 부당한 이유는 고속철 적정 역 간 거리(57.1㎞) 기준 위배로 인한 저속철 전락, 중복 투자, 안전성 미확보, 낮은 경제적 타당성, 인접한 청주 오송역의 수요 감소로 인한 충북과의 갈등 등 차고 넘친다.
세종시의 끈질긴 요구에도 정부가 흔들리지 않고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까닭이다. 민감한 선거 국면에 공주부여청양 선거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정진석 후보가 “세종역을 설치하기에는 오송역과 공주역이 너무 가깝다. 실현 안 될 이야기”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세종시는 경제적 타당성이 높다고 주장하는데 설령 경제성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세종역을 막고 있는 다른 요인들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세종시 관문 역할을 하는 오송역이 멀다며 불편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미덕이 넘칠 때 사회는 따뜻해지는 법이다. 승용차로 오송역에서 세종시청까지 23분이 걸리는데 사실 큰 불편도 아니다. 같은 시간 기준 오송역에서 청주시청까지는 30분, 울산역에서 울산시청까지는 27분을 달려야 한다.
세종역 주장은 요즘 들어 더욱 안타깝게 들린다. 세종시와 충북도가 펼치는 다양한 상생 사업 때문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 1일 충북도청을 방문해 특강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