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당선에 환율 1400원 넘었다…비트코인은 최고가 찍어
이보희 기자
수정 2024-11-06 23:27
입력 2024-11-06 23:14
7개월 만에 장중 1400원 찍어
트럼프 ‘親가상자산’ 기대에 비트코인 ‘껑충’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약 7개월 만에 1400원대를 기록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8시 48분 전장보다 25.4원 뛴 1404.0원을 기록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달러가 초강세를 보였던 지난 2022년 11월 7일(고가 1413.5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4월 16일 장중 1400.0원을 찍은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이날 4.6원 내린 1374.0원으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방향을 바꾼 뒤 빠르게 오름폭을 키웠다. 오후 3시 30분 주간 거래 종가는 전장보다 17.6원 오른 1396.2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야간 거래에서 1400원을 넘어섰다.
AP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선거인단 538석 가운데 277석을 확보하면서 당선이 확정됐다.
“관세발 물가 우려에 美 금리인하 더딜 것”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정책·공약 영향을 외환시장이 예상하고 미리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트럼프 당선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달러 강세 현상이 심해졌다”며 “공약대로 높은 세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일찍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외환)파생전문위원도 “트럼프 당선 시 무역 관세 부과에 따른 수입 물가가 오르고 불법 이민자 추방으로 인건비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는 떨어지고, 달러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자본시장영업그룹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날 환율 급등은 대통령직과 상·하원을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이 모두 가져가는 ‘레드스윕(Red Sweep)’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이 구조에서는 미국의 글로벌 관세 부과, 재정적자 확대 등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위험자산 코스피 하락…비트코인은 6% 상승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은 반대로 이날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3.37p(0.52%) 내린 2,563.51로 장을 마쳤다.
트럼프 당선으로 경제 분야 등에서 미중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세계 교역이 원활하지 않아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달러나 금 등 이른바 ‘안전 자산’ 선호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같은 위험 자산인데도 ‘트럼프 수혜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장 중 한때 7만 5371.66달러를 기록, 지난 3월 기록했던 기존 최고가(7만 3797.98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이날 오후 8시 55분 기준 1비트코인 가격은 전일보다 6.46% 높은 1억 238만 1000원에 거래됐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이미지에 시장이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보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