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잡는 ‘대공포’…北 전차도 뚫을 수 있을까 [밀리터리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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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수정 2023-07-16 13:30
입력 2023-07-16 13:30
‘대공탄’ 쏘는데 갑자기 적 전차 접근하면?
근접전 타격 효과 확인해보니 ‘의외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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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적기를 향해 대공탄을 쏘는 비호복합. 육군 제공
모의 적기를 향해 대공탄을 쏘는 비호복합. 육군 제공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겁니다. 대공포로 장갑차량을 공격할 수 있을까. 주력전차(MBT)의 두꺼운 전면장갑까지는 아니더라도 장갑차의 측면 정도는 뚫을수 있지 않을까. 회피 가능한 ‘자주대공포’가 대세라지만, 갑자기 접근하는 적 장갑차량에 노출될 경우 근접전을 해야 할 상황도 있을 겁니다. 벽 뒤에 숨은 보병의 공격에 대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실제 대공포를 이용해 그 가능성을 확인해봤다고 합니다. 30㎜ 대공포를 장착한 ‘비호복합’과 ‘20㎜ 자주벌컨’을 동원해 대공포의 지상공격력을 분석한 겁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6일 한국시뮬레이션학회에 따르면 충남대 연구팀은 올해 ‘도시지역 대공무기 운영성을 위한 공격능력 분석’이라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남한 인구의 90%, 북한 인구의 61%가 도시에 살고 있어,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대공무기의 생존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 연구목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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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탄도 ‘벽돌벽’ 뚫고 ‘15㎜ 강판’ 관통

연구엔 1발에 200g인 30㎜ HEI-SD, HEIT-SD 등 고폭소이탄, 100g인 20㎜ HEIT-SD 고폭소이탄이 사용됐습니다. 고폭소이탄은 목표물을 파괴하는 ‘고폭탄’과 화재를 일으키는 ‘소이탄’이 합쳐진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투기 타격에 사용하는 ‘대공탄’으로, 지상공격엔 맞지 않지만 파괴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본 겁니다.

목표물은 ▲일반 콘크리트 벽 ▲적벽돌 콘크리트 벽 ▲20㎜ 강판을 댄 강판 콘크리트 벽 ▲공사 현장에서 많이 쓰는 구멍 3개짜리 블록으로 구성된 벽 등 4개였습니다. 시가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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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대공탄을 비호복합에 장착하는 모습. 육군 제공
30㎜ 대공탄을 비호복합에 장착하는 모습. 육군 제공
우선 400m 떨어진 곳에서 적벽돌 콘크리트에 30㎜ 대공포를 쐈더니 1발만 쏴도 탄이 벽에 박히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11발을 쐈더니 벽이 뚫려버렸습니다. 3공 블록도 탄이 관통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이 두 가지 벽 뒤에 적이 서 있을 때 대공포를 쏘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강판 콘크리트와 일반 콘크리트는 관통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15㎜ 두께 철판은 탄이 그대로 관통했습니다. 또 철근이 없는 콘크리트 부위도 관통 가능했다고 합니다.

20㎜ 자주벌컨은 단발 사격이 불가능해 10발씩 사격합니다. 30㎜ 대공포와 마찬가지로 연속 사격시 적벽돌과 3공 블록은 뚫었지만, 강판 콘크리트와 일반 콘크리트는 탄을 관통시키지 못 했습니다. 1회 사격에 6~7발이 발사되도록 3~4발을 공포탄으로 채워 쏘자 200m 거리에서 15㎜ 철판을 뚫었다고 합니다.

●“철갑탄 교체하지 않아도 北전차 잡는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종합해 대공포로 북한의 전차나 장갑차량의 측면, 후면을 공격할 경우 어느 정도 타격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북한 장갑차량의 측면 등 약한 부위는 강판 두께가 6~1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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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 양주시 가납리 일대에서 지상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 육군항공사령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적 소형 무인기 대응 및 격멸 훈련에서 장병들이 20㎜ 발칸포를 가동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29일 경기 양주시 가납리 일대에서 지상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 육군항공사령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적 소형 무인기 대응 및 격멸 훈련에서 장병들이 20㎜ 발칸포를 가동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관통력이 떨어지는 대공탄도 이런 약한 부위는 깨트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철갑탄으로 재장전이 불가능한 급박한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탄의 활용도가 넓어졌습니다.

연구팀은 “20·30㎜ 대공무기는 대공탄과 지상탄으로 구분해 운용하고 있다”며 “지상작전으로 전환하면 지상탄으로 교체해 사용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 실험 결과 교체 번거로움 없이 대공탄으로도 다가오는 적을 제압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15㎜ 철판 관통은 실험에서 재발견된 결과로, 적의 장갑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공화기로 기계화부대에 대한 공중 엄호는 물론 건물에 숨어있는 지상병력 제거, 지상방어 등 다양한 작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된 겁니다. 연구팀은 “대공탄의 한계를 뛰어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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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벌컨포로도 뚫은 15㎜ 강판. 충남대·한국시뮬레이션학회 제공
20㎜ 벌컨포로도 뚫은 15㎜ 강판. 충남대·한국시뮬레이션학회 제공
대공탄의 위력은 건물에 숨은 병력에 대한 파편탄 효과에서도 입증됐습니다. 30㎜ 대공탄은 최대 30m까지 파편탄이 비산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탄이 벽을 관통하거나 창틀 같은 약한 부위를 뚫고 들어가 벽 뒤의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20㎜ 대공탄은 파편탄 효과가 미약했다고 합니다.

정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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