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녹색건축 정책의 진정성이 요구된다
수정 2024-06-10 23:54
입력 2024-06-10 23:54
EU 건물 탄소제로 추진 중, 우린 뒷걸음
건물 설계뿐 아니라 운영 단계 점검토록
제도 보완해야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신축 건물의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EU 전역의 건물에너지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강화된 건물에너지 성능 지침(EPBD)’을 지난 3월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이 지침은 2050년까지 기존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난방 및 냉방, 급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의 사용을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이에 따라 EU 회원국은 주거용 건물의 평균 1차 에너지 사용을 2030년까지 16%, 2035년까지 20-22% 줄여야 한다. 비주거용 건물의 경우는 2030년까지 에너지 성능이 가장 낮은 하위 16%의 건물을, 2033년까지는 하위 26%의 건물을 에너지 개수(Retrofit)를 통해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 소유의 모든 신축 주거용 및 비주거용 건물은 2028년 1월 1일부터 화석연료로 인한 현장 직접 배출이 제로가 돼야 하며 2030년 1월 1일부터는 모든 다른 신축 건물에도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모든 신축 건물은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가 의무화됐다.
우리나라의 녹색건축 정책은 지난 2002년 도입된 녹색건축인증제도(G-SEED)가 바탕이 되고 있다. 2017년에는 신축 건물에 대해 기존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80% 이상 절감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도’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1000㎡ 이상의 신축 공공 건축물에 대해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내년부터는 민간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가 적용된다. 2030년부터는 모든 신축 건물은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건축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는 EU가 추진하는 것처럼 건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이 제로가 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신축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기존 대비 80% 이상 감소시키면서 그 에너지 소비량의 20%(5등급)-100%(1등급)를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충당하면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인증해 주고 있다.
EU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다양한 녹색건축 정책을 통해 건물에너지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국내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과 비교해 약 3% 증가했다.
그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국내 녹색건축 정책은 건축 설계 단계의 에너지 성능 평가에 한정돼 실제 건물 운영 단계에서는 에너지 절감 성능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실제 건물 사용 단계에서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보장돼야 하나 현 제도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한 확인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가 전체적으로는 40% 감축해야 하고 건물 부문은 32.8% 줄여야 할 목표가 할당돼 있다. 현 수준의 녹색건축 정책이나 절감 수준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제는 정성적인 녹색건축이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정량적 녹색건축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신축 건물에 대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은 건축 설계 단계에 대한 에너지 성능 평가뿐 아니라 실제 운영 단계에서도 에너지 절감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건물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는 그린리모델링도 민간시장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송두삼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024-06-11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