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명절
황성기 기자
수정 2024-09-13 00:48
입력 2024-09-13 00:48
명절은 늘 존재하는 날인데도 어릴 때와 20대, 가정을 꾸린 뒤, 부모가 안 계실 때의 모습과 느낌이 제각각 다르다. 올 추석도 오남매가 각자의 방식대로 명절을 쇤다. 30년 전 사진을 찾아보니 적어도 10명 이상이 모여 제사도 지내고 왕복 몇 시간이 걸리는 성묘도 함께했다. 오남매가 처가나 시댁에 가서 명절에 동시에 모이긴 힘들었어도 어머니를 중심으로 지낸 명절이었다.
이제 설과 추석은 1년에 두 차례 연휴가 보장되는 날 정도가 됐다. 서울에 사는 삼남매는 몇 개월에 한 번씩 만나니 굳이 명절에 모이지 않는다. 찾아오는 사람도, 찾아뵐 사람도 없다. 옛날에 비해 ‘명절 스트레스’는 제로가 됐다. 섭섭해도 신간이 편하긴 하다.
이번 추석 연휴엔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여 하루 꼬박 놀기로 했다. 또 하루는 60이 넘은 일본인 지인을 집으로 초대했다. 그는 한국어를 다시 배우겠다고 서울 유학을 왔는데 한국 명절이라 오갈 데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성묘를 하고 드라이브도 해볼까. 독립한 자식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조금 북적거릴까 싶지만 언제 결혼할지 알 길이 없다.
황성기 논설위원
2024-09-13 3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