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60% 세계 최고 수준… 잘 키운 기업, 해외 큰손 먹잇감 될 수도”[최광숙의 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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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수정 2024-05-01 01:25
입력 2024-05-01 01:06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

상속세 과도하면 경영권 위협
넥슨, 승계 막히며 中 인수 우려
소득세 납부한 자산에 이중과세
주식 처분할 때까지 과세 미뤄야

법인세 낮춰도 ‘부자 감세 ’아니다
법인에 차등 세율 적용하고 있어
이미 누진세로 빈자 배려하는 중
세금 줄이면 기업 활동에 도움 돼

조세 정책 정치적 접근 신중해야
금투세, 소액 투자자 손실 외면
가상자산, 결손금 공제 허용해야
종부세 높이니 집값 더욱 치솟아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 개편 등 세제개혁이 총선 참패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내년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 제도를 놓고 정부는 민생 문제인 만큼 재검토하자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그대로 시행하자며 맞서고 있다. 한미약품의 갈등을 촉발한 과도한 상속세 문제를 비롯해 법인세 인하 등 정부의 각종 감세정책은 ‘부자 감세’로 도마에 오르면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세 전문가인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을 만나 여러 세제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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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속세는 국세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세목”이라며 “단지 상속이라는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기업 경영권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속세는 국세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세목”이라며 “단지 상속이라는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기업 경영권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얼마 전 상속세 등 조세 개편을 건의했는데.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부의 대물림을 막고 재분배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기업의 경우 과도한 세율이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회사 지분을 팔면 회사 지분 변동이 생기고 경영권에 위협을 받는다. 일부 기업에서는 기업 경영을 포기하고 회사를 외국 자본에 넘기는 경우도 있다.”

● 기업 의욕·연속성 꺾이면 일자리 위협

-넥슨의 2대 주주가 기획재정부라는데.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가족이 높은 상속세의 일부를 넥슨그룹 지주사 NXC 지분 29.3%(4조 7000억원)로 국가에 물납(物納)하면서 기재부가 넥슨의 2대 주주가 됐다. 기재부는 지분을 팔아 세수만 확보하면 되지 좋은 주주가 들어오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중국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최고의 상속세율로 잘 키운 글로벌 게임사가 중국 등의 먹잇감이 될 우려가 커졌다.”

-기업의 상속세 문제는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상속세가 기업의 승계에 걸림돌이 되면 대주주뿐만 아니라 일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의 사업에 대한 의욕 자체가 많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넥슨의 경우 창업자가 추진하던 애완동물 사료 기업 등 비게임 신사업을 정리했다고 한다.”

-왜 이런 상속세 문제가 발생하나.

“우리나라의 상속세와 증여세의 최고세율은 50%다. 그런데 최대주주 할증 과세가 20% 있어 합치면 60%에 이른다. 일본은 55%인데 할증까지 하면 우리가 일본보다 높다. 넥슨처럼 한 차례 상속으로 회사 지분 30%가 날아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중과세 논란도 있다.

“재산을 물려주거나 증여하는 이가 재산 형성 과정에서 이미 소득세 등을 부담했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많은 나라가 상속세를 폐지하고 증여세의 경우 비과세되는 공제 한도를 늘려 부담을 줄여 주는 것도 그래서다.”

-상속세 폐지가 어렵다면 대안은.

“상속재산 중 기업의 영속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주식 등의 재산에 대해서는 처분할 때까지 상속세를 연기해 주는 과세이연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캐나다와 스웨덴처럼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상속 시점에 세금을 매기도록 한 상속세를 2005년 폐지하고 2세 경영인이 회사를 물려받아도 이를 팔 때만 세금(30%)을 물린다. 현실적으로 당장 상속세를 폐지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 국가처럼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상속세 과세 방식도 바꾸자는 목소리가 있다.

“상속세는 유산취득세, 즉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에 한해 상속세율을 정하지 않고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과세여서 세 부담이 커진다. 상속세제를 운영하는 OECD 21개국 중 우리나라 등 5개국만이 유산과세 방식이다. 앞으로 상속세는 우선 유산취득세, 궁극적으로 자본이득세로 대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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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과도한 종부세는 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세와 종부세는 주택과 토지의 보유에 대해 과세한다는 측면에서 과세물건이 동일한 만큼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하는 것이 과세 논리상 맞는다고 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과도한 종부세는 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세와 종부세는 주택과 토지의 보유에 대해 과세한다는 측면에서 과세물건이 동일한 만큼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하는 것이 과세 논리상 맞는다고 했다.
● 금투세 도입되면 증권거래세 없애야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정부는 재검토를, 민주당은 예정대로 시행하자며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식 등 금융투자소득에 과세하는 금투세에도 부자 감세로 접근하고 있다. 주식 인구가 1400만명인데 이들 모두 부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여권이 소액투자자들을 의식해 민생 문제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에 투자한 투자 이익에 대해 과세한다면 향후 투자 손실도 기간이 얼마가 되든 투자 이익에서 차감해 주는 것이 맞다. 1988년 대만의 경우 이를 시행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장관이 물러나고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폐지되기도 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현재 시행되는 증권거래세는 폐지하는 게 맞지 않나.

“금투세가 시행되면 이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과세할 수 있는 증권거래세는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인하에 대한 부자 감세 논란도 있다.

“부자 감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종부세는 누진세율 체계인 재산세와 과세 대상이 동일해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 재산세의 누진세율 자체가 차등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인데 거기에 또 인별 합산 과세를 해 누진에 누진을 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케이스로 부동산 세금이 너무 가혹하다.”

-법인세 인하는 어떤가.

“국내외 기업의 무한 경쟁 속에서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삼성전자에 엄청난 반도체 보조금까지 주면서 기업을 유치하고 있지 않은가. 법인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고 난 나머지 부분을 법인주주나 개인주주에게 배당하기 때문에 결국 법인세와 소득세의 이중과세를 하는 셈이다. OECD 국가 대부분이 법인세율을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지 않는 단일세율로 하는 이유다. 법인을 부자와 빈자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법인에 대해 부자와 빈자 개념으로 나눠 세율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부자 감세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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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법인세와 기업의 상속세 인하 등을 둘러싼 부자 감세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야당은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법인세와 기업의 상속세 인하 등을 둘러싼 부자 감세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야당은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종부세·법인세 인하 방향으로 가야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실에서 부의 이전이 필요하지 않은가.

“기업이 이익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의 이전은 세금을 징수할 때 컨트롤하는 것보다 세금을 거둬 복지 분야 예산을 늘리는 등 배분하는 과정에서 해야 한다. 이미 우리의 누진세율 구조 자체가 부자들한테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있는 것은 암묵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다.”

-정부의 감세정책이 세수 부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긴축재정을 계속 펴면 더 힘들어진다. 법인세 인하 등이 감세정책인 것은 맞다. 감세정책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다.”

-여소야대 정국이라 감세정책의 차질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여권의 세제 개편에 반대하는 것은 민주당은 약자 보호를 하는 반면 여권은 부자들의 편에 선다는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기업 승계와 관련된 상속세와 법인세는 기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고, 야당은 협조해야 한다.”

-조세정책에도 정치 논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조세정책은 정치적으로 접근해 방향을 잘못 정하거나 잘못된 수단을 사용하면 자본주의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납세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을 잡는다고 종부세 등 세금 폭탄을 때렸지만 집값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고 부동산 양도세 등 세법이 누더기가 됐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입장은.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보고 기타소득세를 부과하면 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하면서 반대로 차손에 대한 결손금의 이월공제는 허용하지 않게 돼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가상자산을 주식과 같은 성격의 금융자산으로 보고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

오문성 교수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등을 역임한 조세 전문가다. 상속세와 증여세, 종합부동산세의 조세개혁을 주도하고 있고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처음 주장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조세재정연구회 회장 등을 맡고 있으며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광숙 대기자
2024-05-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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