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 정치 답습 안 돼… MZ·노동자 등 ‘약자 위한 여당’ 거듭나야”[최광숙의 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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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수정 2023-04-03 10:12
입력 2023-04-03 00:08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 의장에게 듣는 여권의 과제

올해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이하고 국민의힘도 전당대회 후 새 지도체제를 갖추었으나 정부·여당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책 혼선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비상 상황인데,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 교체까지 전격 이뤄져 더욱 어수선하다. 여권 내부 흐름을 잘 읽고 있는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상임의장을 지난달 20일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해 들었다. 이어 지난달 30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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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 상임의장은 지난달 20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사회개혁을 주도하려면 온실 속 정치를 해서는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 상임의장은 지난달 20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사회개혁을 주도하려면 온실 속 정치를 해서는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최근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이 갑자기 바뀌었다.

“윤 대통령의 방미 등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지만 외교안보라인을 더욱 공고히 하려고 한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윤 대통령이 이제 국정운영의 중심은 역시 사람이라는 인식 아래 신속하게 판단하고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정운영에 대한 정무적 판단이 빨라지고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 준다.”

-최근 여당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의 총선 차출론이 나오는데.

“한 장관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당에 들어오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당에 들어와 역할을 한다고 해도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처리 등 올 12월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겠는가. 총선에 나갈 다른 장관들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일부 장관들의 개각설이 나도는데.

“인사는 대통령의 결심 사안이라 알 수 없다. 다만 불가피하게 부분적으로 단행된다면 다음달 윤 대통령 취임 1년이 되고 마침 이달 말 미국 국빈 방문 일정도 있어 아무래도 귀국 후에 이뤄지지 않겠나 하고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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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 상임의장은 지난달 20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총선 차출설에 대해 “한 장관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 당에 들어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안주영 전문기자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 상임의장은 지난달 20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총선 차출설에 대해 “한 장관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 당에 들어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안주영 전문기자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이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 즉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처절한 의정활동을 통해 진실을 밝혀 이슈를 만들고 여론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거세게 저항하며 ‘이재명 방탄’에 올인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제대로 대응하기는커녕 순한 양들처럼 너무 온순해 보인다.”

-‘웰빙당’ 체질을 못 벗은 게 아닌가.

“국민의힘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대중 속에 살아 숨쉬는 정치를 해야 한다. 영국의 보수당이 위기 때마다 사회개혁으로 살아남았듯이 국민의힘도 MZ세대와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집권당으로서 사회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온실 속 정치는 감흥도 감동도 없다.”

-사회개혁을 하려고 해도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한계가 있지 않나.

“여소야대 정국이 오히려 호기가 될 수 있다.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여권에서 사회적 병폐를 도려내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려고 하는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발목만 잡는다면 국민들이 이를 곱게 보겠는가. 국민의힘 115명 의원들도 당 지도부나 용산만 쳐다보지 말고 전사가 돼야 한다. 그런 걸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

-윤 대통령도 여당에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대통령 혼자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여당도 싸울 때는 싸우고 협상할 때는 협상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의원들에게 그런 진정성이 안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정권 출범 후 당내 분열 등으로 당정관계가 불안정해 국정운영을 제대로 받쳐 주지 못해 답답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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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 상임의장은 지난달 20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최근 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중도합리적·실용주의적 면모를 보여 주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기 위한 사회개혁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 상임의장은 지난달 20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최근 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중도합리적·실용주의적 면모를 보여 주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기 위한 사회개혁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당 지지율이 하락세이다. 중도 확장이 필요한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의 의중은 존중돼야 하지만 앞으로 ‘윤심팔이’를 하면서 당을 이끌려고 하면 안 된다. 당이 먼저 변해야 한다.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태도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중도합리적·실용주의적 면모를 보여 줘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기 위한 사회개혁 정당이 돼야 한다.”

-김기현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긴 했으나 여야 대화 국면까지 갈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은 지금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지금 정권이 아닌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됐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이고 정치탄압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 이 대표는 지금 사면초가에 처해 있는데 정치인은 때로는 죽을 때 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본인에게 성찰의 시간이 되는 한편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다수당으로 밀어붙이는 민주당과 대화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을 단독처리하는 등 입법폭주를 하고 있다. 여야가 대화로 풀어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국가적 손해이다. 피해는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올 오어 너싱’(전부 아니면 전무)식은 안 된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다.”

-여야 대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거대야당의 횡포를 멈춰야 하지만 여당 역시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 집권당의 정치로 풀어내야 한다. 정치를 무시하고 정치를 불편하게 생각하면 협치가 날아간다. 그러면 여야 간 싸움과 법의 심판만 남고 사회적 비용 부담도 커진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여의도 정치를 멀리하다가 결국 망하지 않았는가.”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은.

“정치인 출신들은 대개 노동단체 등에 빚진 게 있어 하기 어렵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권력화하고 노동운동 역시 천박한 노동운동으로 타락했다. 민노총의 불법에 법치로 대응한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조치다.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사회적 대타합이 필요하다. 200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 대타협을 이끌어 냈다. 당시 한국노총 사무총장이던 나는 노동계 대표로 참여해 주 5일 근무제 시행 관련 협상을 했다. 국민을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여 개혁 조치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주 69시간 근무 논란 등 정책 혼선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게임업체 등 계절적 수요, 업종별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그런 요구를 반영하는 것인데 마치 근로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는 것처럼 됐다. 고용노동부가 잘못된 프레임에 대해 빨리 해명하고 논란을 잠재웠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당정 간의 소통을 당부하고 나선 만큼 앞으로 정책 혼선도 잠재워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국민의힘의 총선 전략은.

“집권당은 국민에게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헌신과 희생 속에서 나오는 성과물로 보답해야 한다. 그러려면 김 대표가 당정의 중심에 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실 수석들과 부처 장관들, 집권당이 어우러져 정책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책 혼선으로 정부가 신뢰를 잃으며 안 된다.”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의 본령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능수능란하게 국민을 속이면서 대통령의 치적을 만들고 고정 지지층을 공고하게 하는 데만 열중했다. 그 결과 양 진영 간 극단적 분열을 초래했다. 결국 편가르기 정치로 ‘반쪽짜리’ 국가 운영을 하다가 실패한 것이다. 윤 정부는 이런 전례를 답습해선 안 된다. 국가 대변혁을 이루려면 지지층은 기본이고 이쪽저쪽 다 끌어들여야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통 큰 정치’로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소통해야 한다.”

■김성태 상임의장은

집권당 자성 촉구하는 ‘야성의 들개’

여당에서 드물게 ‘야성’이 있으면서도 야당과 소통이 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으로 민주당 텃밭인 서울 강서을에서 내리 3선(제18대, 19대, 20대)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원내대표에 선출됐을 정도로 뚝심이 있다. 당시 “이제 엄동설한 버려진 들개처럼 야성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 이후 그의 별명은 ‘들개’가 됐다.

최광숙 대기자
2023-04-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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